역사

러일전쟁(1904~1905):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일본과 러시아의 격돌

그모81 2025. 2. 1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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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일전쟁이란?

러일전쟁(露日戰爭, Russo-Japanese War, 1904~1905)은 대한제국(조선), 만주,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러시아가 벌인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일본은 당시 세계 최강의 열강 중 하나였던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하며 동아시아의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했다.

러일전쟁은 단순한 두 국가 간의 충돌이 아니라, 19세기 말부터 본격화된 제국주의 열강의 대립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이었다. 이 전쟁을 통해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서구 열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는 이후 세계 질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

2. 러일전쟁의 배경

(1) 동아시아 패권 경쟁과 일본의 야심

19세기 후반, 일본은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급속도로 근대화를 이루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제국주의적 팽창을 꿈꾸고 있었다. 일본은 1894~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며 동아시아의 패권을 쥐기 시작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 독일, 프랑스가 개입한 삼국 간섭(1895년)으로 인해 요동반도(遼東半島)를 청나라에 반환해야 했다.

이 사건은 일본에 큰 굴욕감을 안겨주었고, 일본은 향후 러시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었지만, 러시아가 이를 방해하면서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었다.

(2) 러시아의 남하 정책과 만주 점령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남하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따뜻한 항구를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와 만주로 눈을 돌렸다. 1896년, 러시아는 청나라와 비밀 조약을 체결하여 만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고, 1900년에는 의화단 운동(義和團運動)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만주를 점령했다.

러시아는 만주에서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일본은 러시아가 한반도까지 위협할 것을 우려하게 되었다. 이에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3) 대한제국(조선)의 지정학적 중요성

한반도는 일본과 러시아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 일본에게 한반도는 본토를 방어하고,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었다.
  • 러시아에게 한반도는 극동 지역에서 해군력을 강화하고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교두보였다.

1898년 러시아는 대한제국(조선)으로부터 한반도의 진출 거점인 뤼순(旅順, 포트 아서)과 다렌(大連)을 조차하여 요동반도를 차지했고, 이는 일본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전쟁의 발발

(1) 일본의 기습 공격과 전쟁 개시

1904년 2월 8일, 일본은 선전포고 없이 러시아의 주요 군사 거점인 뤼순(포트 아서) 해군 기지를 기습 공격하며 전쟁을 시작했다. 이 공격에서 일본 해군은 러시아 발틱 함대 일부를 격침시켰으며, 전쟁 초기 해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이후 일본군은 한반도를 신속히 점령하고, 육군을 만주로 진격시켜 러시아와의 본격적인 전투를 준비했다.

(2) 한반도와 만주에서의 주요 전투

① 압록강 전투(1904년 5월)

  • 일본군은 한반도 북부에서 러시아군과 충돌했고, 압록강 전투에서 승리하며 만주로 진격했다.
  • 이 전투를 통해 일본은 한반도에서 러시아 세력을 완전히 몰아냈다.

② 요동반도 전투와 뤼순 포위전(1904년 8월~1905년 1월)

  • 일본군은 러시아의 핵심 군사 거점인 뤼순 요새(旅順要塞)를 포위했다.
  • 이 전투에서 일본군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결국 요새를 함락시켰고, 러시아 해군의 주요 전력을 제거했다.

③ 봉천 전투(1905년 2~3월)

  • 봉천(奉天, 현재의 선양) 전투는 러일전쟁 최대의 육상 전투였다.
  • 일본군은 총력전을 펼쳐 러시아군을 패퇴시켰고, 러시아는 만주에서 철수했다.

(3) 쓰시마 해전(1905년 5월): 일본의 결정적 승리

러시아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 유럽에서 발틱 함대를 극동으로 파견했다. 그러나 일본 해군은 1905년 5월 27~28일 대한해협(쓰시마 해협)에서 러시아 발틱 함대를 섬멸했다.

이 전투에서 일본은 러시아 함대의 2/3 이상을 격침시키며 해상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고, 이는 러일전쟁의 사실상 마지막 결정타가 되었다.

4. 전쟁의 종결과 포츠머스 조약

(1) 미국의 중재와 강화 협상

전쟁이 장기화되자 일본과 러시아 모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특히 러시아는 전쟁 패배로 인해 내부적으로 혁명(1905년 러시아 혁명)이 발생하며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중재로 1905년 9월 포츠머스 조약(Portsmouth Treaty)이 체결되었다.

(2) 포츠머스 조약의 주요 내용

  1. 러시아는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포기하고 일본의 지배를 인정
  2. 러시아는 남만주 철도와 요동반도를 일본에 할양
  3. 러시아는 사할린 섬의 남부를 일본에 양도

이 조약을 통해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몰아내며 동아시아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5. 러일전쟁의 역사적 의미

(1) 일본의 대국화와 제국주의 확장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서구 열강을 상대로 승리하며 강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일본은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하고 제국주의적 팽창을 가속화했다.

(2) 러시아의 쇠퇴와 1905년 혁명

전쟁 패배는 러시아 내 불만을 증폭시켜 1905년 러시아 혁명을 촉발했다. 이는 이후 러시아 혁명(1917년)의 전초전이 되었다.

(3) 한반도의 운명 변화

러시아가 철수하면서 한반도는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의해 병합되었다.

 

러일전쟁은 동아시아 질서를 바꾼 전쟁이었다. 일본의 승리는 이후 제1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었으며, 동아시아의 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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